[기자칼럼]컵빙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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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7-02 06:25 조회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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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다른 법. ‘팀원들이 모여 맛있는 빙수를 맛보니 좋지 아니한가’ 무턱대고 장밋빛이었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시식 현장은 긴장과 스릴이 넘쳤다. 빙수 시식의 가장 큰 적은 한껏 온도를 낮춘 에어컨 바람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보랭백에서 꺼내자마자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취재 대상들에 마음을 졸이며, 미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빙수와의 사투를 벌였다. 8개의 컵빙수를 모두 맛본 뒤 단맛에 흠뻑 젖은 혀와 위장을 달래기 위해 서소문의 매운 곱창전골 집으로 달음질친 것까지, 아찔하게 달콤했던 매거진L팀의 컵빙수 시식회는 매콤하고 뜨거운 뒷맛으로 마무리됐다.
빙수가 여름철 단골 기삿거리가 된 것은 고가의 호텔 빙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프리미엄 호텔 빙수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신라호텔의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은 2008년 처음 선보일 당시 2만7000원이었다. 이후 매년 가격이 껑충껑충 오르더니 올해엔 11만원으로 지난해(10만2000원)보다 8000원 비싸졌다. ‘지금이 가장 싸다’라는 명품업계 우스개가 호텔 빙수에도 적용되는 말이 된 것이다. ‘빙수 맛집’ 타이틀을 건 특급 호텔들의 빙수 경쟁은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올해는 한 그릇에 15만원짜리 빙수도 등장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가 내놓은 ‘벨에포크 샴페인 빙수’는 프랑스의 유명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와 협업한 제품으로, 무려 샴페인을 얼려 만든 그라니타(과일즙, 설탕물 등으로 만드는 슬러시)에 치즈와 아보카도 등을 곁들였다.
수용 마지노선을 넘어버린 가격에, 얼마가 올랐느니 하는 기사조차 무감해질 무렵 올해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4000~6000원대 1인 빙수들이 여름 간식계를 평정하는 분위기다. 한 손에 들고 먹기 좋은 크기에 푸짐한 토핑, 화려한 비주얼, 여기에 극강의 가성비까지 갖춘 컵빙수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컵빙수는 일반 커피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몰려드는 주문에 “옆집 컵빙수가 더 맛있다”며 손님들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려는 알바생들의 ‘푸념’은 SNS를 타고 ‘컵빙수 대란’을 부추겼을 정도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시대, 소비 양극화가 그려내는 컵빙수 대란은 어떻게든 더위와 일상을 이겨내려는 2025년 대한민국의 여름 풍경이 됐다.
그래서 제일 맛있는 빙수는 뭔데? 시식 기사를 쓰느라 시중에 나온 컵빙수를 몽땅 먹어보았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고소한 우유 얼음과 실한 통팥, 쫀득한 인절미, 달콤한 연유 외에 팥빙수엔 꼭 들어가야 하는 재료가 있다. 바로 여름이라는 양념이다. 후텁지근한 대기, 타는 듯한 갈증, 무더위 속 괴롭고 짜증스러운 기다림이 들어가야 제맛이다. 최고의 빙수에는 말이다.
처절, 무참, 비운. 사도(思悼)세자 하면 시호처럼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이미지다. 세자는 어렸을 때부터 글공부보다 병서를 가까이하고 활과 칼을 즐기는 무인 기질이 많았다. 그런 성품으로 방 안에 앉아 책만 보기는 답답했으리라. 세심하고 꼼꼼했던 영조는 품 너른 아버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들의 행실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심지어 가뭄과 우레도 세자 탓으로 돌렸다. 영조의 끊임없는 질책과 조바심은 결국 세자의 화증을 돋우고 바깥으로 돌게 했다.
1760년 7월 세자는 온양으로 원행을 나섰다. 의관의 건의에 따라 피부질환 치료차 온양의 온천을 찾았다. 온천에서 몸을 회복한 후, 세자는 활쏘기를 했다. 한여름 오후의 뜨거운 햇빛 아래 활쏘기를 마친 세자는 온양군수 윤염에게 활터에 괴목(槐木) 3그루를 품(品)자형으로 심어 그늘을 만들게 했다. 그 후 충청감사 이형원이 그곳에 축대를 만들어 ‘영괴대(靈槐臺)’라 이름 짓고 조정에 보고했다. 정조는 기뻐하며 ‘靈槐臺’라는 친필을 내리고 비를 세우게 했다.
영괴대와 괴목은 그림으로도 그려졌는데, <온궁사실> <영괴대기> <온궁영괴대도>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혼란스러운 것은 괴목의 정체다. 고문헌에 기록된 괴목은 회화나무나 느티나무를 뜻하므로 전후 맥락이나 현장 확인이 중요하다. 일제강점기 영괴대를 찍은 사진 엽서에는 수세가 매우 약해진 느티나무 사진 아래 회화나무의 학명이 표기되어 혼란을 가중한다. 그러나 당시 심었던 괴목의 밑동이 현재 남아 있고, 일제강점기 사진 엽서의 나무는 전형적인 느티나무 수형이므로 괴목은 느티나무가 분명하다. 하지만 <온궁영괴대도>에는 기수우상복엽의 회화나무로 그려져 있다. 이는 괴목을 그린 화가가 현장을 가보지 않고 글자만 해석해 그림으로 남긴 사례다.
나무 이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영괴대와 느티나무는 사도세자와 관련된 거의 유일한 유적이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화성 행궁 정문 앞에도 느티나무 3그루가 자라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온양 행차 후 2년이 지났을 무렵, 1762년 7월 임오화변이 일어났다. 그해 여름은 가뭄이 심해 영조는 수차례 기우제를 드렸다. 세자가 비좁은 뒤주에 갇혀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채 숨을 거둔 후에도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우레와 천둥이 빈번하고, 태백성(금성)이 낮에도 출몰한 기록이 실록에 자주 등장한다. 나라의 변고가 하늘에 전해졌던 것일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연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의 압박에 이스라엘 재판부가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예루살렘 법원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주에 예정됐던 그에 대한 심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의 변호인은 이란과의 휴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등 안보 문제를 이유로 향후 2주간 재판 면제를 요구했다. 법원은 당초 “근거가 부족하다”며 해당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재판부는 네타냐후 총리와 군사정보 수장,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등의 견해를 듣고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외교·국가·안보적 중요 사안” 때문에 증인 신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뜻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적 지원을 해주는 대신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26만달러(약 3억5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2019년 기소했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의 사면과 소송 취하를 촉구하며 이스라엘 법원을 공개적으로 압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이 계속되면 미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이스라엘의 재판부 결정에 개입하는 주권 침해로 간주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제1야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독립국의 사법 절차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고시 부활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한 것과 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해묵은 논쟁”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미 정착된 로스쿨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욱 대한변협 회장은 27일 입장을 내고 “제도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할 것이 아니라 현행 로스쿨 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과 보완책을 함께 모색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에도 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한 똑같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각종 의혹은 2015년 당시 법사위 산하 법조인양성제도 자문위원회에서 상당수 사실과 다름이 판명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로스쿨 입학전형은 학부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 어학 능력, 면접 등 객관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실제로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사법시험에 비해 다양한 전공자의 법조계 진입이 대폭 확대됐고, 출신 대학의 다양성도 증가했으며, 독학사, 학점은행제 등을 통한 법조인도 훨씬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난하면 로스쿨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은 객관적 통계와 현실에 크게 어긋나는 관념적 주장에 불과하며, 실제로 사회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은 크게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2017~2022년 전체 재학생의 19.11%가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50.17%는 장학금 수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대한변협 간 협의체 신설, 인접 자격사 통폐합 등을 논의하고 결원보충제 폐지와 입학정원 준수를 골자로 하는 로스쿨 운영 구조 개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대선에서 청년층 남성과 여성의 투표 성향이 엇갈렸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보수 후보(김문수+이준석) 지지율이 20대 남성에서 74.1%, 30대 남성에서 60.3%에 달했다.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남녀 간 지지율 격차가 0.1~4.3%포인트에 불과했던 반면, 유독 청년층에서 남녀 간 표심이 크게 달랐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 보면, 20대 연령층에서 보수 후보 지지율의 남녀 간 차이가 24.9%포인트(2022년)에서 38.5%포인트(2025년)로 심해졌다. 30대에서도 9%포인트에서 19.8%포인트로 벌어졌다.
이것은 이준석 후보의 등장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보수로 분류되지만 탄핵에 대한 입장 등에서 김문수 후보와 뚜렷한 차별점이 있었고, 특히 20대 남성에서 37.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김문수 후보의 36.9%를 앞서 1위를 차지했다(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지만). 지난 대선에서 보수 후보(윤석열) 득표율이 20대 남성에서 58.7%였던 데 비해 이번 대선에서 보수 후보(김문수+이준석) 득표율이 74.1%로 점프한 데에는 이준석 후보가 가진 확장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대선 일주일 전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극히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발언하며 큰 물의를 빚었고, 한 개혁신당 관계자가 논평했듯이 이것이 ‘펨코 보면서 하는 정치’의 한계로 비쳤다는 점이다. 대선이 끝나고 이대남 표심이 출구조사에서 확인된 것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준석과 펨코와 이대남은 싸잡아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준석, 펨코, 이대남은 그 사회적 의미와 외연이 크게 다르다. 이를 동일시하여 인상비평을 남발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 특히 펨코를 일베나 극우 또는 파시즘과 등치시키는 담론은 남초 커뮤니티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광주민주화운동은 펨코에선 ‘시민저항’이지만 일베에선 ‘좌익폭동’이다. 윤석열 탄핵에 대해 펨코는 찬성하지만 일베는 반대한다. 펨코는 이준석을 지지하지만 일베는 김문수를 지지한다. 요컨대 펨코는 민주주의 테두리 안에 있고, 일베는 권위주의에 포섭되어 있다. 파시즘이 걱정된다면 펨코가 아니라 일베를, 이준석 지지자가 아니라 김문수 지지자에 주목해야 한다.(일베에는 2016년 탄핵정국 이후 노령층이 대거 유입되었고 현재 일베에서 이대남의 생각을 읽어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권위주의적 이대남의 집결지를 일베라고 칭한다.)
20대 남성 그룹에서 이준석 지지율과 김문수 지지율이 거의 같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김문수 지지로 대변되는 파시즘적 심리가 이대남의 일정 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향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대남보다 일대남(10대 남성)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올해 초 널리 회자된 ‘내 아들을 구출해 왔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재 고등학생인 아들의 주변 모든 남자아이들이,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단 한 명도 안 빼고, 100%의 남자아이들이 윤석열을 지지하며 신남성연대를 추종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주간경향’은 3월10일자 특별기획 ‘극우 대해부’에서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실감나게 다뤘다. 요컨대 남성 청소년들이 일베적 권위주의자로서 성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는 순치되어 펨코적 민주주의자가 되겠지만, 상당수는 그 성향을 유지하면서 이대남의 극우 비율을 높일 것이다.
이준석, 펨코, 이대남을 구분해야
그렇다면 이대남, 혹은 일대남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 달여 전에 발간된 <광장 이후>(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공저)는 청년 남성들의 보수화 내지 극우화에 대한 훌륭한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회운동을 이해하는 데 ‘과학이론’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 즉 ‘자기서사’가 보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한국의 반체제운동을 당시 풍미하던 각종 사회구성체 이론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외세와 자본에 억압받는 민중,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전사(戰士)라는 ‘자기서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트럼피즘을 이해하려면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을 통해 미국에서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제조업 공동화와 사회 양극화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J D 밴스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를 읽으면서 러스트벨트 백인들의 생생한 집단 체험에 공감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남성 청소년이 극우화된 원인으로 흔히 ‘극우 유튜브’를 꼽는다. 하지만 이것은 피상적인 얘기일 뿐이다. 무엇보다 2010년대 후반부터 구성되어온 한국 남성의 ‘자기서사’가 완성되었고, 그것이 다양하게 변주되며 콘텐츠로 활발히 소비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이 중요하다. 이 자기서사 속에서 남성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이미 2019년에 천관율·정한울의 저서 <20대 남자>에서 남성이 스스로를 차별받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바 있다. 당시 20대 남성 중에서 68.7%가 ‘남성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동시에 60.8%가 ‘여성차별이 심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 서사 속에서 한국 남성에 대한 차별은 제도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으로 대별된다. 제도적 차별의 핵심은 ‘군대’와 ‘사법’이다. 독박 육아는 동정받는 데 비해 독박 군대는 당연한 것으로 취급된다든지, 성범죄자로 지목되면 ‘유죄 추정’ 원리가 적용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문화적 차별의 핵심은 주로 결혼생활과 관련해 나타난다. 결혼 시 주택마련 경비를 더 많이 부담하거나, 외벌이로서 돈벌이 기계처럼 취급된다든지 등에 대한 불만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부부 관계를 꼭 계산적인 원리로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인 부인이 특별한 음식을 원할 때 펨코의 중론은 남편이 최선을 다해 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알콩달콩’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이다. 일베의 중론이 ‘복에 겨운 여자는 삼일한’(삼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인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란 ‘사실’ 아닌 ‘인식’의 게임
이 같은 한국 남성의 자기서사 속에서 남성이 온전하게 인정받는 유일한 영역이 있는데, 바로 노동시장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그런데 그것은 여성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전공(주로 이공계)이나 과업(주로 체력소모가 큰)을 기피하거나 노동시간이 짧기 때문이며, 기술 및 체력을 포함한 총체적 능력에서 남성이 우월하기 때문에 ‘공정한’ 시장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믿음과 달리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은 엄존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 위반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가 마트 및 식품 관련업체 98개를 감독했더니 5개 업체에서 남녀 간 직무가 같거나 심지어 같은 호봉인데도 여성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이 발견되었다. 의미심장하게도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11월 김문수 장관이 발표한 건이었다. 캔자스대 사회학과 김창환 교수는 2021년 논문 ‘한국의 선호기반 성차별(Taste-based Gender Discrimination in South Korea)’을 통해 한국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의 3분의 1~4분의 1가량은 경력 단절, 전공 차이, 생산성 격차 등과 무관한, 순전히 여성비하로 인한 것임을 고도의 정량적 연구를 통해 입증한 바 있다(블로그 ‘Sovidence’에 2022년 3월16일자 게재된 ‘성별 소득 격차 관련 포스팅 리스트’ 참고).
그런데 노동시장 이슈를 제외하면? 병역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 준비과정에서의 경제적 부담 차이는 쉽게 확인된다. 특히 이들이 감정적으로 가장 격앙된 것은 사법 차별이다. 이른바 ‘유죄 추정’의 문제는 심지어 딴지일보 자유게시판과 같은 진보적인 공간에서조차 남성들을 단결시키는 이슈였다. 나는 무고로 인해 억울하게 유죄 판결받는 남성은 소수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치란 ‘사실’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 아닌가? 한국 밤거리는 ‘객관적’ 통계로는 안전하지만 한국 여성들의 ‘주관적’ 불안도는 높다. 무고로 인한 피해자는 소수로 추정된다 할지라도 남성들은 주관적으로 높은 공포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이를 적극 포용해야 하지 않을까? 병역과 사법을 중심으로 젠더 이슈에 민주당이 나서길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대한민국 주류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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